사진 by 이백오십분의 일초
원래부터 향수를 그렇게 좋아하거나 좋은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진 않다.
그도 그럴것이 향수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주변에 어느누군가 짙게 뿌린향수 냄새가 공기를 타고 금새 내 주변을 맴돌때 기분좋은 향이기보단 향수를 너무 진하게 뿌렸네 하는 생각들 뿐이었으니까.
또한 어렸을적 멋모르고 구매했었던 디올옴므의 남성향수는 먼가 익숙하면서도 대중목욕탕의 공용로션에서 맡을법한 코끝을 강타하는 묵직한 향으로 많이 뿌리기 부담스러워 조금씩 조금씩 손목에 뿌렸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때는 친구 생일선물로 주었던 CK향수가 기억에 남는다. 이 향수도 분명 어디서 맡아봤을법한 그런 익숙한 향이었는데 향이 너무 강하고 스프레이형식이 아니라서 이것도 결국은 조심스럽게 조금씩밖에 사용했던 기억이... 무엇보다 생애 가장 나와 안맞았던 향수는 딥디크의 필로시코스였는데 이건 뿌리기만 하면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던 기억밖에 없다. 향 자체는 고급스럽고 우아했는데 이상하게 이것만 뿌리면 어지러워서 전부 쓰질 못했다.
이런 과정들이 나의 기억들을 채우면서 향수에 대한 호감도가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었다. 차라리 흔히들 말하는 비누향, 섬유유연제향같은 향을 추구하려 애를 썼지만, 결혼도 안한 유년기시절 나를 감싸안았던 홀애비냄새를 잡아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필자가 평소에 잘 안씻는것은 아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비누향 비누향 타령하다 바이레도의 블랑쉬 헤어퍼퓸을 사서 쓰게 되었는데, 정말 여태까지 써본 향수중에 가장 부담없는 마음에 들었던 향수였다. 딱 첫 시향에 도브비누의 그런 향긋함이 정말 좋았던 기분이고 무겁거나 그런 느낌이 전혀없어서 마치 갓 빨래한 옷을 입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문제는 향의 지속력이 헤어퍼퓸이다보니 정말 너무나 짧은 시간에 금새 없어졌던 기억이 난다. 한 1~2시간정도면 향이 거의 날아가 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블랑쉬향수로 구입해서 써봐야겠다는 생각에 시향도 안해보고 50ml로 구입하여 뚜껑을 열어 첫 냄새를 맡아봤지만, 아니나다를까 헤어퍼퓸때와는 다르게 훨씬 질감이 무겁고 진한느낌이 강해서 약간 후회를 했었다. 하지만 뿌린다음 시간이 지난후에 잔향이 헤어퍼퓸때처럼 자연스럽게 남아있어 나름 만족했던 향수였다.
그후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바이레도의 베르가못22을 만난후론 향린이지만 그래도 향수에 대해 어느정도 푹 빠지게 되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 이렇게 가볍게 글을 끄적여 본다.
각설하고, 일단 르라보에서 소개하는 시향노트를 보면,
상큼한 베르가못과 자몽향, 앰버와 머스크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시트러스 프레쉬 향수
베르가못22는 신선함, 달콤함, 그리고 센슈얼한 느낌을 모두 담은 시트러스 프레쉬 계열의 향수입니다. 이 놀라운 조합은 이 향수의 원래 코드명이었던 "파이어 코롱(Fire Cologne)"에서 연상할 수 있습니다. 페티그레인의 섬세한 플로럴 향, 자몽의 쌉싸래한 향, 앰버와 머스크의 풍성한 달콤함, 그리고 베티버의 남성미 넘치는 터치가 더해져 베르가못22의 독특한 개성을 완성합니다.
사진출처 : 르라보 공식홈페이지
사실 재료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 위에서 설명한 재료로 내가 직접 맡아본 향의 요소들과 끼어맞춰야 되는 상황이 오게된다. 그래서 내 나름의 느낀 감정과 기분을 최대한 살려 내 머릿속에 연상되는 단어로 한번 표현해보면, 처음 얕은 후추의 느낌이 전해지고 그 다음으로 곧바로 막대사탕의 달콤함과 우아한 장미향의 바디감이 본격적으로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푹 안긴 그런 편안한 느낌과 늦은아침 침대의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은 그런 게으른 느낌도 살짝. 아무튼 그 만큼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향인걸 표현하고 싶은데 달리 다른표현으로 이야기할게 생각나지 않는다. 잔향은 좀 더 부드럽고 특히 시트러스 특유의 관능미와 정열적인 에너지가 힘을 다하고 남은 파동의 흔적이 남아있어 이때가 가장 베르가못22의 향의 아이덴티를 잘 표현하고 있는 순간이지 않을까 한다.
음 이 향수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막상 열심히 사용중일때는 크게 못느꼈는데, 다 사용후에 시간이 지나니까 한번쯤 다시 맡아보고 싶어서 다 쓴 공병뚜껑을 열어 잔향을 맡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때, 아! 생에 첫번째로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향수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현재 조말론의 블랙베리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향수는 쓰신분들도 느끼시겠지만 여름보다는 봄, 가을, 겨울에 쓰기에 어울릴 것 같다. 특히 가을에는 더할나위 없이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50ml 썼었는데 딱히 100ml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르 라보의 매력이라면 향수의 라벨링서비스인데 나의 이름이 새겨지면 그 만큼 더 애착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다쓰고 오래되어 때묻은 공병만 남아있지만, 왠지 영원히 소장하고 싶은 그런 마음...
아무튼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르 라보의 다른 향수도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 시향에 대한 부분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적은 것이니 구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꼭 미리 시향한번 해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향수라는건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많이 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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